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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민주평화상 수상 소감에 부쳐​ - 제8대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4.19 민주평화상’(서울대학교 문리대 총동창회 제정) 시상식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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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민주평화상 수상 소감에 부쳐​ - 제8대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4.19 민주평화상’(서울대학교 문리대 총동창회 제정) 시상식

동진대성 2021. 4. 19.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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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 15시부터 프레스 센터에서 개최된 ‘4.19 민주평화상’(서울대학교 문리대 총동창회 제정) 시상식에서 제1회 수상자로 선정되어 수상 및 연설을 하였습니다.​

제1회 4.19 민주평화상 수상 소감에 부쳐​
- 제8대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


저는 오늘, 영광스럽게도 제1회 4.19 민주평화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자유, 민주, 정의를 열망했던 4월 혁명정신을 가슴 속 깊이 새기게 됩니다.​

이 상에는 민주이념의 수호를 위해 身命을 바치라는 염원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러한 뜻을 마음에 다지면서, 저는 오늘 아침에 4.19 민주묘지를 참배했습니다.​
오늘 이 상을 수상하는 영예로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자유민주주의, 그리고 정의와 인권을 위해 살신성인하셨던 민주 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

이 상의 제정에 큰 역할을 해주신 김종섭 회장님께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이경형 상임 부회장님, 임현진 운영위원장님, 유홍림 심사위원장님, 그리고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자리를 함께 해주신 서울대학교 오세정 총장님과 이희범 총동창회장님, 유인태 前 국회사무총장님, 유명환 前 외교통상부장관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께 저의 따뜻한 우정을 전해드립니다.​
특히 민주화운동의 외길을 걸어오셨던 김정남 전 청와대 교문수석님과 함께 수상하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61년 전 오늘, 주권재민을 외치는 함성의 대열은, 독재권력을 여지없이 무너뜨렸습니다.​

4.19 혁명 4년 전인 1956년, 유럽에서는 민주주의를 열망했던 헝가리 국민의 외침이 소련군의 탱크 앞에서 무참히 좌절되고 말았습니다.​
12살의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학교를 대표하여 ‘멀고 먼 유럽의 한 나라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 중인 국민들을 도와달라’는 서한을 낭독하고 다그 함마슐트 당시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냈었습니다.​

그로부터 정확하게 50년이 지난 2006년 10월, 유엔사무총장에 당선된 저는, 수락연설을 통하여 ‘유엔 사무총장에게 나와 같은 서한을 보내는 어린이들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고 역설했었습니다.​
저의 수락연설 직후, 헝가리 정부는 ‘자유의 영웅 기념메달’을 통하여 저에게 민주주의 수호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해 주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직을 수행했던 10년의 여정은 결코 영광과 명예로움으로 수놓아져 있지 않았습니다.​
분쟁과 대립을 해결하고 평화의 지평을 넓히는데 있어서 저의 안위를 앞에 놓지 않았습니다.​
‘아랍의 봄’이 민주화의 열매로 이어질지 기로에 섰을 때 독재자들에게 용기를 가지고 평화적인 민정이양을 요구했었지만, 생명의 위협에 직면한 적도 있었습니다.​
세계시민의 인권신장과 권익의 보호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기득권에 터잡은 저항에 압박받았던 경험 또한 부지기수였습니다.​

이러한 지나간 삶의 여정을 돌이켜보면 4.19 민주혁명의 정신인 자유민주주의, 정의와 인권 그리고 평화를 위한 길이 제게 운명적으로 예정되어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 민주와 자유를 향한 세계인의 열망에 역행하여, 미얀마에서 민주시민의 생명이 총칼앞에 무참히 쓰러져가고 있는 비극을 전 세계가 참담한 심정으로 목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알았기에 독재의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미얀마 민주세력의 목숨을 건 투쟁에 연대하고 동참해야 합니다.​

저는 지난 3월 31일, 미얀마 국민의 무고한 희생을 막기 위한 노력으로서 미얀마 방문을 추진했었습니다.​
이에 대해 실망스럽게도 미얀마 군부는 지난 4월 13일, 저의 요청을 문서로 거부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앞으로도 미얀마의 민주회복에 힘을 보태 나아갈 것입니다.​
오늘 받은 상금의 일부를 미얀마 민주세력의 지원을 위해 소중하게 사용하겠습니다.​

때마침, 오늘 밤 9시부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토론회가 열리고, 저는 의장국인 베트남 응우옌 쑤언 푹(Nguyen Xuan Phuc) 주석의 초청으로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과 함께 회의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저는, 미얀마 군부의 만행적 살상을 규탄하고 탄압의 중지를 강력히 요구할 것이며, 이를 위해 국제사회가 행동에 나서줄 것을 촉구할 것입니다.​

4.19 민주혁명 61주년을 맞은 오늘, 저는 우리 헌법이 갖고 있는 가치와 무게를 깊게 생각해 봅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법치주의와 인권이 바로 그것입니다.​

4.19 민주이념이 내재된 헌법적 가치가 국정을 담당하고 있는 세력에 의해서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위임받은 권력이 편향된 이념과 진영에 얽매여 ‘國民의 政治’가 아니라 ‘偶像의 政治’를 앞세우고 있다는 비판을 깊이 성찰해 보기 바랍니다.​
창의와 경쟁으로 끌어가야 할 시장경제는 온통 규제뿐입니다.​
옳고 정당함으로 다스려야 할 법치주의는 ‘법의 지배’가 아니라 ‘법에 의한 지배’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대북전단금지에서 보듯이 현 정부의 인권이 국제사회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실은 개탄스러운 일입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반드시 이뤄내야 할 북한의 비핵화는 감상적 민족주의와 평화지상주의만 요란할 뿐 유효한 대안도 비전도 안 보입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일들이 공정과 상식을 벗어나서, 위선과 오만으로 행해지고 있으며, 잘못을 시정할 의지와 능력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 국민은 지난 4월 7일 실시된 재·보궐선거에서 정권의 반칙과 편법을 준엄하게 심판했습니다.​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은 첫째, 主權은 政權이 아니라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적 확인이고 둘째, 헌법적 가치를 훼손치 말라는 경고이며 셋째, 독선과 편 가르기로 국민통합을 해친 것에 대한 질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민심은 무섭되 정의롭습니다.​
국민은 지금 전면적인 국정쇄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順天者는 興하고 逆天者는 亡한다’라는 말은 경구가 아니라 통치의 근본입니다.​

시인 신동엽은 ‘껍데기는 가라’라는 詩에서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고 했습니다.​
불의와 부정, 위선과 가식을 걷어내고 자유와 민주, 그리고 정의의 4.19 민주이념을 지켜가자는 외침일 것입니다.​

4.19 정신의 계승을 통하여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열어갈 것을 다짐하면서 여러분 모두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4.19 민주평화상’(서울대학교 문리대 총동창회 제정) 시상식에서 제1회 수상자로 선정되어 수상 및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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