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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이야기 - 공자의 탄식

동진대성 2019. 4. 2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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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이야기 - 공자의 탄식
     
공자를 따르던 제자들은 몇 명이나 되었을까. 대략 3000명 정도였다고 한다. 이 숫자는 공자학단에 조금이라도 얼굴을 내밀고 출입했던 사람들까지 포함한 숫자일 가능성이 높다. 진짜 제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72명 또는 77명이라고 한다. 이들은 정식으로 공자에게 학문을 배우고 지도받은 사람들이다. 이 중에서 10명의 핵심제자들을 공문십철(孔門十哲)이라 부른다.

10명의 제자들은 나름대로 뛰어난 전공분야가 있었다. 이를 공문4과(孔門四科)라고 하여 덕행, 언어, 정사, 문학의 네 영역으로 나눈다. 덕행분야에서는 안회, 민자건, 염백우, 중궁, 언어분야에서는 자공과 재여, 정치영역에서는 자로와 염구, 문학영역에서는 자유와 자하 등 10명이다.

그리고 자타가 인정하는 수제자는 안회(顔回)다. 안회는 이름이고 자는 안연(顔淵)이다. 안회는 공자보다 30세 연하이고 31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그는 공자의 복사판이라고 할 만큼 공자의 사랑과 신뢰를 받았다. 논어에서 공자는 안회를 지나칠 정도로 편애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자신을 이어 장차 공자학단을 이끌고 갈 것으로 믿고 기대했던 바로 그 제자가 먼저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 때의 참담한 심정을 공자는 이렇게 표현한다.

“천상여(天喪予)!, 천상여(天喪予)! : (하늘이 나를 버렸구나, 하늘이 나를 버렸구나!”)

공자의 탄식하는 모습이 지금도 귓가에 울리는 듯하다. 하늘이 무너질 정도로 엄청난 충격이 몰려왔다. 천상여(天喪予)라는 표현이외에는 말할 수 없을 만큼 공자는 안회를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했다. 안회야말로 자신의 학풍을 이어 자신을 뛰어넘을 수 있는 청출어람의 인물로까지 여겼기에 수제자의 죽음은 하늘에 대한 배신감으로 까지 확대되었다.

여기서 공자가 수제자를 정하고 젊은 후계자를 양성한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안회가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나감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후계 구도에 공백이 생긴다. 다행히도 다른 제자들에 의해 공자의 법통이 이어져 증자와 유자를 거쳐 자사 그리고 맹자에 이르러 공맹철학(孔孟哲學)이 정착된다.

공자의 탄식은 오늘날 우리에게 후계자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인간은 유한한 존재이기에 언젠가는 세상을 떠나야 한다. 기업도 정치도 때가 되면 자리를 물려주고 떠나는 것이 순리이다. 후계자가 중요한 것은 비록 몸은 떠나가지만 정신은 후계자를 통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업하는 기업도 많지만 사라지는 기업도 많다. 창업이 수성보다 어렵다는 말 역시 후계자 양성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동시에 강조하는 표현이다. 미국의 경우 100년 이상 기업이 유지될 확률은 0.5%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창업 후 10년 이상 존속되는 기업은 13.1%에 불과하다.

기업은행 경제연구소의 조병선 소장은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급한 과제가 바로 후계자 문제라고 말한다. “창업세대 CEO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활한 경영승계는 장수기업 탄생의 토대가 된다. 일본의 경우 100년 이상 된 가업형태의 기업이 15000개가 넘는다. 대다수의 창업CEO는 자신이 평생 일구어 온 기업을 역량 있는 후계자에게 승계하여 영속 기업으로 발전시키기를 원하고 있다.”

피터 드러커 교수도 “성공한 CEO가 치러야 할 마지막 시험이 하나 있다. 그 시험은 후계자의 적절한 선택이다. 그리고 후계자가 기업을 잘 경영할 수 있도록 지원 하고 적기에 권한을 위임하는 일이다”라고 강조한다.

공자가 후계자를 잃었을 때 천상여라고 외친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후계자 양성을 위해 전심전력으로 노력했기 때문이리라. 자신이 쏟은 사랑과 교육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데 대한 인간적인 안타까움이 근저에 흐르고 있다. 공자처럼 후계자 양성에 아무리 공을 들여도 당사자가 운명을 달리 하는 것이야 인간의 노력으로 막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자식을 사랑하고 몸과 마음을 다해 헌신하는 이유 역시 후계자 양성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때가 되면 육신은 자식들 곁을 떠나가지만 DNA를 통해 그 정체성이 연속되기 때문이다. 기업이든 자식이든 후계자를 양성하기 위해 공자와 같은 마음을 가졌는지 살펴보자. 물론 기업과 가정에서 후계 구도를 잘 마무리 한 사람들은 감사할 일이다. 그러나 공자처럼 생각지도 못한 아픔을 겪는 사람도 있다. 이런 분들에게 공자의 슬픔은 위로가 될 것이다. 또 현재 후계 구도를 가시화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공자의 탄식은 동시에 많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오늘 자신의 후계자를 생각하며 공자처럼 天喪予!, 天喪予!라고 표현 할 만큼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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